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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에서 파스타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들

by heeji1217 2026. 1. 15.

이탈리아 여행에서 파스타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파스타입니다. 여행 전부터 어떤 파스타를 먹을지 고민하고, 지역별 파스타 이름을 외워가며 기대를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이상하게도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음식들은 파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큰 기대 없이 마주쳤던 음식들, 일정의 틈에서 우연히 먹었던 한 끼가 더 또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파스타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던 음식들과, 그 경험이 왜 특별하게 느껴졌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파스타를 기대하고 갔지만, 기억은 다른 곳에 남았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한 건 파스타 리스트를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로마에서는 어떤 파스타를 먹고, 피렌체에서는 무엇을 시도해볼지 미리 정해두었습니다. 실제로 파스타는 대부분 만족스러웠고, 분명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난 뒤 사진을 정리하고 기억을 되짚다 보니, 파스타를 먹던 장면은 상대적으로 흐릿했습니다. 반면 파스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음식들이 불쑥불쑥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대했던 음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파스타는 ‘예상 안에 있었던 맛’이었고, 다른 음식들은 예상 밖에서 만난 경험이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파스타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찾아왔습니다.

 

일상처럼 먹었던 음식들이 더 또렷하게 남은 이유

기억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작은 바에서 서서 먹었던 빵과 간단한 안주였습니다. 관광 일정 사이에 잠깐 들른 곳이었고, 제대로 된 식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먹은 빵과 올리브, 얇게 썬 햄은 이상할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화려한 조합도 아니었고,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지만, 그 도시의 공기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 그곳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다른 기억은 시장 근처에서 먹었던 간단한 튀김이었습니다. 이름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서서 먹고 바로 이동해야 했던 음식이었지만, 그 바삭한 식감과 따뜻함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파스타를 먹을 때는 다음 일정이나 식당 분위기를 신경 쓰게 되지만, 이런 음식 앞에서는 오로지 손에 쥔 종이 봉투와 음식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더 깊게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경험은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식당에서 먹었던 한 접시였습니다. 메뉴판에는 파스타도 있었지만, 추천받은 건 고기와 채소를 단순하게 조리한 요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에 와서 이걸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그날의 컨디션과 이상하게 잘 맞았습니다. 여행 내내 파스타를 먹고 있던 몸이 잠시 쉬는 느낌이 들었고, 그 편안함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경험들을 통해 느낀 건, 이탈리아 음식의 진짜 매력은 특정 메뉴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나라의 음식은 특별한 요리를 위해 존재하기보다, 매일의 식사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파스타보다도, 일상에 가까운 음식들이 오히려 그 나라를 더 잘 보여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음식은 늘 기대를 비켜갑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파스타보다 기억에 남는 음식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파스타가 실망스러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만큼 파스타가 일상적인 기준이 된 나라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진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과 마주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일정의 틈에서, 배가 고파서, 혹은 우연히 들어간 장소에서 먹었던 한 끼가 여행의 결을 바꿔놓았습니다.

이제 저는 이탈리아를 떠올릴 때 특정 파스타 이름보다, 골목에서 먹었던 빵의 질감이나 시장에서 느꼈던 음식의 온기를 먼저 떠올립니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음식은 항상 유명한 메뉴가 아니라, 그날의 나와 가장 잘 맞았던 음식이었습니다. 다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게 된다면, 파스타 리스트를 조금 덜 채우고 그날의 흐름에 따라 음식을 고를 생각입니다. 그렇게 만난 음식들이, 또 다른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